2008년 07월 08일
날도 더워 죽겠는데 졸지에 블랙스미스.

짤은 내용과 관계는 있지만 그냥 판타지[...] 쇠 만지는 직업 가진 사람치고 외모 깔끔한 사람 없어. 용접은 용접 나름대로 가스 많이 마시고 단조는 단조 나름대로 중금속 연기 많이 먹게 되고... 나 하는 프레스라던가 선반, 밀링 등은 쇳가루를 많이 먹게 되는데 그게 늘 몸에 축적되어 쌓이거든. 결국 쇠 만지는 직업 가진 이상 외모는 어느정도 포기해야 해. 아니 뭐 마스크 잘 쓰고 마스크 휘루타[....filter...]잘 갈아주면 괜찮다 하지만 그게 현장에서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거임?
오랜만에 회사 일 이야기인데. 프레스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철판을 눌러 성형하거나 자르거나 구멍을 뚫거나 하는 기계거든. 아니 뭐 더 간단하게는 회전하는 메인 스핀들에 연결 된 슬라이더가 상하 왕복운동을 하는 기계지만... 실제 쇠에 닿는 것은 금형이니까. 하여간 금형이든 프레스든 결국 기계기 때문에 닳기도 하고 고장도 잘 나. Trim 금형에서 가끔 제대로 잘리지 않아서 엣지가 울어버린다던가 Pierce 금형의 펀치가 닳아서 Burr가 왕창 생긴다던가 하는 일도 있고... 여기까지라면 그래도 어떻게 수정 가능한데 금형의 이가 빠졌다던가 하면 이건 방법이 없지. 금형 수정하고 찍은 제품들 전부 폐기처분해야 해.
그래도 다행인 것이. 대부분의 금형 오류로 인한 불량품 발생은 제품을 다시 Draw 금형에 넣고 찍는다던가 그라인더로 갈아낸다던가, 이도저도 아니면 해머로 두들겨서 펴는 등의 수정이 가능해.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해[....] 폐기처분하는 건 말 그대로 갖다버리는거니까 어쩔 수 없다 치지만. 가끔 금형에 살짝 오류가 있는 것도 모르고 제품을 수천개 찍어버려서. 더구나 그 제품들 모두가 불량품이긴 하지만 아예 갖다버리는 불량품은 아니고 살짝 수정만 하면 사용할 수 있는 양품이라면?
....이제 졸지에 프레스공들 전부 다 블랙스미스가 되는거야...
지난 주 같은 경우에는. 적재용 Rack 하나에 900개짜리인 PNL 두 랙 분에 대해 전부 다 튀어나온 스크랩이 낑겨 들어갔는지 오류가 생겨서... 프레스공 전원 다 시간 남을때마다 옆에 쌓아둔 PNL 제품 하나 하나 들고 망치질을 해 가며 두들겨서 수정했어;;; 말이 좋아서 두 랙 분이지 실제로 1800개.... 기계로 찍어내는거야 보통 한 행정이 다음 행정으로 이어지는데 평균 4-6초가 걸린다 치지만 사람이 일일이 두들겨서 하는 건 끝도 없다고 ;ㅂ;
더구나 명확한 금형 에러가 보이지도 않는데 가끔 절단면이 울거나 하는 건 미칠 지경이지. 내가 주로 맡은 400톤 프레스가 Trim 금형을 주로 다는 2차 공정 프레스인데, 매일같이 찍어대는 OTR 2차공정품....딱히 금형 에러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한 100개중에 한 두개정도는 꼭 절단면이 뭔가 끼인 것처럼 울어버리는거야. 이게 불량품이긴 한데 그래도 수정하면 다시 쓸 수 있는 양품이거든. 이제 결과는? ...........뻔하지 뭐... 망치 들고 죽어라 쇠 두들겨야 되는거야.....
내가 프레스일 하기 전에는. 공장에서 불량 나면 바로 갖다 버리는 줄 알았지... 공장에서 프레스를 쓰는 이유는 딱 한 가지야. 그것이 제일 빠르고 제일 정상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으니까. 만약 사람이 손으로 두들기는 것만 해서도 프레스 못지 않게 철판을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면 아마 프레스를 쓸 이유가 없었을 걸? 사실 기계 일은 뭘 해도 야매가 좀 쎈 것 같아...
...
사실 이게 힘들었던 건 아니었는데... 평소에도 자주 있던 일이었고. 사실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더우니 뭘 해도 짜증이 나는거야. 더구나 난 땀도 정말 많다고. 입는 작업복은 늘 새카만데 내 땀이 말라붙어 하얗게 소금결정을 만들어대니 이건 내가 염전도 아니고... 보는 형들마다 인간염전이라고 웃더라. 가령 어제 찜질방 같이 간 태영이형 같은 경우에는.
"너, 여름철에 설렁탕 먹을 때 소금이 필요 없겠다."
"...왜요?"
"니 셔츠 벗어서 설렁탕에 푹 헹구고 짠 뒤에 먹으면 간 딱 맞겠는걸."
"........."
이런 식의, 너무 더워서 입맛도 없는데 그렇지 않아도 비위상하는 이야기를 같이 했더랬다.
by. Sterlet.
# by | 2008/07/08 20:01 | 일상난잡 | 트랙백 | 덧글(5)








